다소뇌회증은 대뇌피질 발달과정에서 발생하는 신경세포이주장애 중 하나이며[1,2], 난치뇌전증의 중요한 병인으로 알려져 있다[2]. 모야모야병은 양측 원위부 내 경동맥의 진행성 협착과 기저부 곁순환혈관의 발달을 특징으로 하는 뇌혈관질환이다[3]. 신경세포이주장애가 혈관 기형과 동반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[4]. 이전 보고에 따르면 대뇌피질 발달장애가 동맥형성이상과 관련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으나[5], 모야모야병과 연관되어 발병한 증례는 보고된 바 없다. 저자들은 모야모야병으로 확인된 환자에서 동반된 다소뇌회증을 관찰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.
증 례
68세 여자가 1일 전 샤워 중 발생한 두통으로 병원에 내원하였다. 고혈압과 고지혈증 외에 감염병 과거력은 없었으며, 뇌신경계 및 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은 없었다. 의식장애, 뇌신경마비, 팔다리 근력저하 및 감각저하, 경부강직 같은 다른 신경학적 증상은 없었다.
일반혈액검사 외 항카디오리핀항체, 항중성구세포질항체, 항인지질항체 적혈구침강속도 등 면역혈청검사는 특이 소견이 없었다. 뇌 자기공명혈관조영(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)에서 양측 내경동맥과 우측 후대뇌동맥의 협착이 있었고, 좌측 후대뇌동맥과 외경동맥에서 곁순환혈관들이 보였다(Fig. 1A). 뇌 자기공명영상(magnetic resonance imaging)에서 우측 측두-두정엽 위축과 후두엽의 다소뇌회증 병변이 T1, T2강조영상과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에서 확인되었다(Fig. 1B-D). 다소뇌회증 외에 다른 뇌기형은 동반되어 있지 않았다. 이후 환자는 증상의 악화 및 재발 없이 퇴원하였고 외래에서 추적 관찰 중이다.
고 찰
대뇌피질은 뇌 발달과정 중 뇌실에 인접한 증식층에서 시작하여 증식, 이주, 분화의 단계를 거쳐서 형성되며[2,4] 이주 단계의 장애로 피질이형성(cortical dysplasia)이 발생한다. 피질이형성은 정도에 따라 다양한 범주를 가지며 그중 형태학적 분류에 다소뇌회증(polymicrogyria)이 포함된다[2]. 태생기의 감염, 허혈, 유전적 돌연변이로 다소뇌회증의 발생을 설명하고 있다[1,2]. 또한, 비정상적인 정맥배액 흐름이 피질이형성 주변에서 흔하며, 특히 다소뇌회증 환자의 약 51%에서 확인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[1]. 동맥형성이상을 동반한 피질이형성도 보고된 적 있으나 병태생리학적 기전에 대하여는 밝혀져 있지 않다[6]. 그러나 본 증례처럼 모야모야병이 함께 확인된 보고는 없었으며, 모야모야병에서 다른 피질이형성증이 보고된 증례도 없었다.
환자의 경우 양측 원위부 뇌경동맥의 협착과 특징적인 곁순환혈관(모야모야혈관)을 보였고 혈관병의 다른 원인이 없어 모야모야병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. 모야모야병의 원인, 발병기전, 임상증상, 경과, 치료 등에 대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도 병태생리학적 병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. 현재까지는 병리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혈관내막의 평활근세포의 증식질환으로 알려져 있다[3]. 모야모야병의 원인으로 유전인자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, the Ring finger 213 (RNF213) 유전자가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인종에서 가장 강력한 변형 유전자로 밝혀졌다[4]. 이 유전자의 발현이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대사과정에 관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혈관의 협착이 진행된다고 보고되고 있다[3]. 이와 더불어 자가면역반응, 감염 혹은 염증반응과 같은 환경인자들도 모야모야병에서 보이는 비정상적인 혈관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[3].
본 증례와 같이 모야모야병을 보이는 환자에서 관찰되는 다소뇌회증의 발병 기전으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. 첫째, 다소뇌회증의 파종성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같은 태아감염과 뇌허혈이 중요한 외부환경적 병인으로 보고되며[1,5] 모야모야병 역시 자가면역이나 염증질환에 대한 노출이 외부환경적 병인으로 보고되고 있다[3].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재태기 혹은 태아기에 공통된 외부환경인자에 노출되어 두 질환이 함께 발병하였을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. 둘째, 신경전달물질 대사과정에 작용하여 혈관 협착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RNF213 유전자의 기능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, 피질의 형성 과정과 관련된 경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. 한 동물 실험에 따르면, 일시적으로 중대뇌동맥 폐쇄를 유발한 쥐의 뉴런에서 RNF213 유전자의 전령리보핵산(messenger RNA)이 상향조절된다고 하여, 신경보호 측면에서 RNF213 유전자가 특정한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[7]. 따라서 RNF213 유전자의 변형으로 대뇌피질 발생과정 중 필요한 신경보호 과정의 문제가 발생하여 피질이형성이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고려하여 볼 수 있다. 마지막으로는 피질형성이상과 마찬가지로 동맥형성이상도 신경세포이주장애와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어[5] 신경세포이주 시기에 피질과 혈관 형성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신경전달물질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볼 수 있다. 하지만 피질형성이상과 관련된 시기는 재태 8주에서 16주 사이로 이 시기 동안 신경세포이주가 시작되어 25주까지 진행하는 반면[2,5], 주 동맥혈관 줄기세포는 재태 52일째에 성인의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신경세포이주 기간 동안의 문제만으로 모야모야병과 동반된 다소뇌회증의 발병기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[5].
다른 피질이형성증보다 다소뇌회증이 모야모야병과 같은 뇌혈관질환과 더 관련이 있는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. 대뇌피질 발달과정에 따른 기형을 분류한 한 논문에 따르면[8], 배아뇌의 저관류가 다소뇌회증의 중요한 원인일 수 있으며, 배아 뇌의 혈관 조직에서 발현하는 유전자의 반수체 기능부전(haploinsufficiency)이 다소뇌회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. 가설에 따르면, 태아기(fetal) 혈관 공급을 방해하는 질병이 다소뇌회증과 관련이 있었으며, TBX1 유전자의 반수체 기능부전이 쥐나 인간에서 혈관과 심장 기형을 유발하였으므로, 보다 뇌혈관질환과 관련이 많을 것이라고 하였다[9].
저자들은 모야모야병 환자에게 다소뇌회증이라는 피질형성 이상이 동반된 드문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며, 본 증례를 통하여 추후 대뇌피질형성과 대뇌동맥혈관의 발생과정에서 유전적 병인뿐 아니라 외부환경적 요인들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.